한줄 소개
모든 주인공들은 마치 우리의 어딘가와 똑 닮아있어,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삶을 퇴장하는 모습에서 위로를 받았습니다.
추천하는가?
⭐️ ⭐️ ⭐️ ⭐️ ✨
물론이다. 삶이 아쉬울 때, 친구처럼 편안하고 재미있는 드라마가 되어줄 것이다.
개성 강하고 워낙 극적으로 표현된 캐릭터들이지만 각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부족함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부족함의 대명사처럼 보여, 그들에게 몰입하기에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난 이때가 제일 재밌더라 ( 스포조심 🚫 )
1. 이 드라마의 장점은 뻔한 시트콤 형식의 드라마를 표방했지만, 형식만 따라했을 뿐 스토리가 매화마다 계속해서 진행되는 여러개로 잘라놓은 영화 같다. '거침없이 하이킥'을 보면서 우리가 스토리가 점점 진행되고 있다고 느껴진 적은 나한테는 없었다. 그냥 매 화마다 캐릭터들의 새로운 조합으로 생겨나는 해프닝을 즐겼을 뿐. 하나의 영화를 보듯이 쭈욱 이어지는 전개가 특히나 "굿플레이스"라는 제목에서 주는 느낌과 다르게 꽤나 버라이어티하게 변화한다. 잠잠하기만한 평온하고 소소하게 행복한 드라마일 것만 같은 굿플레이스는 시즌 1의 마지막 화를 통해 마이클을 굳게 믿고 사랑하던 시청자들에게 뒷통수를 한 방 먹인다. 악마라니! 나만 이때 허걱 소리를 내진 않았을거야.
2. 그토록 시끄럽기만 하고 답답하던 (하지만 역시 미워할 수는 없던) 제이슨이 마지막으로 춤을 추고 세상을 떠난다고 했을 때, 누구나들 아쉬운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평소에 우리 옆에 있던 친구들이 갑자기 사라진다는 것을 그제서야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옆에는 소중한 것들이 아직 너무나도 많다.
3. 엘리너는 우리의 모습들 중에 이기적인 모습들을, 타하니는 우리가 가진 허영심을, 치디는 우유부단함을, 제이슨은 별 생각없이 아무렇게나 행동하는 것들이 극대화되어 보여진다. 보다보면 자기자신의 어느 한 구석을 캐릭터들이 대변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아쉬운 점
오히려 스토리가 너무 잔잔해서 좀 지루하다는 느낌은 초반에 받을 수 있다. 초반 이탈자들이 꽤 많은 편에 속하는 미드가 되지 않을까 싶음. 특히 그 당시에 한창 진행될때 보던 사람들이 아니라, 후발주자로 '굿플레이스'를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나도 처음에는 몇화보고 계속 볼까말까 고민 많이했다. 시즌1의 마지막화를 보고 난 뒤엔, 하루 밤을 꼴딱 새서 끝까지 다 보게 되었다.
'죽음'으로 가장한 '지금' 우리의 삶의 이야기
죽음 이후에 무엇인가가 있다면 그것도 삶이라고 불러야하는 것 아닐까?
굿플레이스는 사후 세계를 컨셉으로 한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사후에도 우리의 의식이 유지되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삶이 연장선에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문득 드라마의 막바지에 다다랐을때 들었습니다. 우리의 사고와 기억 그리고 세상에 대한 인지가 가능한 상태라면 우리가 어디에 있던 우리의 삶은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니까요.
굿플레이스의 마지막 시즌, 굿플레이스에 도달한 사람들은 무(無)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영원히 낙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낙원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누렸다고 생각될 때 스스로 선택하여 '무'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돌아가기 이전에 '굿플레이스'와 '배드플레이스'로 대변되는 이 시리즈의 사후세계를,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삶 속에서 '삶을 반성할 수 있는 기회'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많은 캐릭터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심지어 모든 인류들이 삶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사후세계의 시스템을 고쳐버리니까요(안 보신 분들은 이해가 안되시겠지만요). 감독 또한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그들이 마주한 사후세계에서 자신의 삶을 반성하게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에 노골적으로 초점을 맞추게하죠. 그리고 그들에게 주어진 삶을 반성하는 기회를 통해 그들이 결국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돌아갈 때, 세상에 대한 미련 없이 떠날 수 있게 됩니다.
삶의 유한성에 대한 예찬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이라는 시간을 조금씩 소모해갑니다. 삶을 진행시켜 나아가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반성할 수 있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의 순간들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로 돌아간다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는 상태가 되기에,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지금 뿐이며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시간도 지금 뿐입니다.
굿플레이스에는 영원한 쾌락이 아닌 '아무것도 아닌 존재' 끝이 있기에 우리의 지금은 더욱 빛이 납니다. 우리는 삶이 언제가 끝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우주에서 정말 짧고 한정된 시간만을 허락받았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시간은 소중해집니다. 죽음 이후의 삶이 아닌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돌아간다는 점. 우리는 우리 인생의 끝 점을 정해놓고 살아고 있지는 않아 어렴풋이 죽음에 대해 잊고 살곤 하지만, 사실은 우리는 정말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로 돌아갈 운명입니다. 이 드라마가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부분도 이 부분이 아니었을까요? 캐릭터들이 자신의 사후세계에서의 삶도 끝났다고 생각하고 사라질 때, 우리에게도 주어진 죽음과 끝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동시에 좋아하던 캐릭터들이 정말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고 생각하니 컨텐츠 속의 캐릭터일 뿐인데도 아쉬움이 가득해져 눈물로 표현됩니다.
하지만 캐릭터들과의 이별이 우리의 관계와 삶의 유한함을 체감하게 해주고,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순간','사람'들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삶의 유한함이라는 한계 속에서 더 나은 것을 계속해서 찾아 나아가는 개개인과 전체 인류를 예찬하는 작품으로 저에게 보여진 까닭입니다.
부재는 존재를 느끼게 합니다. 끝이 있기에 우리의 지금은 더욱이 빛이 납니다. 끝이 없다는 것은, 그 자체로 끝이라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희망과 메세지는 어딘가 부족한 우리에게 이 삶에 대한 충만감을 주었으며, 내 삶에 대한 가치와 보다듬음이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겠죠. 많은 예술 작품들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성과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 많았지만, "그렇든 아무렴 어때" 라면서 우리의 소중한 시간에 점점 더 나아지기 위해 꿈틀거리는 인류에게 잘하고 있다고 응원하기에 눈물이 날 수 밖에 없던 것 같습니다.
"지나간 것을 어떻게 걱정할 수가 있는 거죠?" (마이클이 인간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이 말은 낄낄거리면서 재밌게 보던 나를 잠시동안 벙찌게 만들었다. 명대사를 칠 장면은 아니었는데, 감독의 묵직한 한 마디가 담긴 대사)
"굿플레이스란 사랑하는 사람들과 충분한 시간을 갖는거야"